내 앞의 의자에 앉아
가방 속의 거울을 꺼내 든
저 여자가 손바닥만한 거울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저 여자가
표정 하나도 없는 거울로 남은
저 여자가 거울 속에서
나를 훔쳐 보고 있다
빽빽하게 살아온 일기로
면경이 어둡다
그 속에 만장 펄럭이는 소리 들려
깊은 우물을 들여다 보고 있는
저 여자가 사다리 하나 놓고
물속으로 내려가는 중이다
물의 방안에 앉아 면벽하고 있는
저 여자가 칼끝을 세워
살갗에 새겨진 글을 읽는
저 여자가 초경의 몸 한 권 읽느라
면경의 달 떠오른다
물 깊은 거울 속에서
낭낭한 독경 소리 들려온다
마지막 장을 읽고 있다고
면경을 바닥에 던지는
저 여자가 산산이 부서졌던 생을
원래대로 돌려놓겠다고 허리 굽혔던
저 여자가 거울 속에서 나오고
있는 저 여자가 면경 같은
저 여자가 나를 들여다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