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디쯤 있나 어느 날 갑자기
호수 옆 산 길 오르다가
불현듯 내가 어디 가고 있나
바위 끝 벼랑에 서서 문득
내가 어떤 모습인가
투명한 호수에 *판박이 해본다
수면을 빳빳하게 접었다 펴는 순간
산이 나를 안고 물 속에 뛰어든다
수면 아래 익사하는 나를 향해
산 속의 내가 구명줄을 던진다
나를 꼭대기로 건져 올릴수록
수심 더 깊어지는 물 속의 나
내 바람 무시하고 바람이 불어온다
준비 없는 방향으로 파문이 일렁이면
금방 흐려지고 마는 나의 또 다른 모습
아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건 내가 아니다
호수의 물결로 산과 내 그림자를 지운다
[얄미운 바람이 쉬는 시간 시간마다
맑은 호수 면에 다시 내가 살아나다
하산하여 나와 내 그림자를 만나게 하다
호수 속 나를 빠뜨리고 그냥 돌아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