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5일 화요일

꽃 도시락

꽃 도시락

이 여름에는 한데 놓아도
결코 쉬지 않는
나리꽃, 접시꽃, 투구꽃, 달맞이꽃
들녘에 가득한 꽃을 따서
도시락에 담아
당신에게 보내 드리련다
내가 보내준 꽃향기를 맡고
살 떨리도록 피 맺히도록 중독되라고
내가 전해준 꽃밥 먹고
꽃처럼 붉은 마음 피어나라고
꽃보다 고운 눈길 보내달라고
내가 건네 드린 도시락 받아서
배고플 때 한 술 드시면
가슴 속에 지녔던 얼음의 꽃이
구토처럼 터져 나오겠고
배 속에 지녔던 곰팡이 꽃이
밑으로 다 쏟아져 나오겠고
한 술 더 드시면
옥에 갇힌 춘향이가
창살에 걸린 달만 바라보듯이
구름다리에 못 박힌 황진이가
바위에 휘돌아가는 물만 바라보듯이
꽃 도시락 다 드시고
임자 같은 나
한 사람만 기억하라는 것이다
내게 꽃으로 다가와서
온종일 나의 주인이 되시라
살 같은, 피 같은 꽃 드시고
내 속에서 평생 꽃집 짓고 사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