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11일 월요일

황포 돛배

금강 나루
이쪽 기슭에서 저쪽 기슭으로
사람을 실어날으는 업이랍니다 소인
한양에서 말로 못할 죄를 짓고
포승줄에 매여 형장의 이슬되러 가던 중
죽을 목숨을 도망쳐 달아나 이 곳 벼랑가에
고란초처럼 매달린 암자
젊은 비구니 덕에 구사일생 살아났으니
그에 어이 보답할까 망설이던 중
그 곳에서 한나절 걸어 시오리 가야
큰 나루터 있는 것을 알고
병이 나서 의원님 급한 사람
십년 만에 친정길 나서는 해산부
마을 경사 혼수용품 사러가는 보부상
이 쪽 기슭에서 저 쪽 기슭으로
나비 꽃 본 듯이 실어날으기 위하여
절집 나룻배에 묶인 몸이랍니다 소인
구레나룻에 죄에 무거운 몸 덜기위해
가고 오는 한 날 한 날을
뜨고 지는 해에 고스란히 바치니
물의 얼굴을 밟고 달의 마음을 밟는 걸음 걸음
어느 세월에 세상 갚음을 다할 지
늘상 불어오는 사철 바람에
황포돛은 모양없이 펄럭거리고
온 몸 불덩이같은 세월 위로
늘 먹장 구름만 따라다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