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16일 토요일

어깨 위에 예쁜 새 한 마리 앉아 있다

가을, 빗물처럼 가슴속에 스며든다
병균처럼 심장으로 파고든다
아아 독처럼 정신까지 황홀하다
온 몸에 문신처럼 퍼져 간다
머리와 눈을 갉아 먹고
피마저 얼음처럼 차갑게 만든다
가을, 그대의 고요한 얼굴에서
거리를 재지 않고 겨울을 건너가는
철새의 아득함이 보이고
나를 외면하는 또 다른 얼굴이 보인다
그 눈동자 안에 질주하고 있는
단풍 같은 낙엽 같은 그리움의 냄새를 맡는다

가라, 가을, 모든 것으로부터
시간과 공간으로 높이 세운
성벽을 살짝 뛰어넘어 가라
가을 저쪽 강 건너 언덕에 닿으면
나무처럼 몸 단단하게 세워 놓고
어두운 밤길 달빛마저 나무에 묶어놓고 가라
가다가 영원의 우물에 몸을 던져라

나를 좇아오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좇아가는 것은 무엇인가
저 별들 지상의 누군가에게 내려와
어디로 가는지
누가 말할 수 있는 것인가
세상의 바다 가을 푸른 비에 젖는다
세상의 산 가을 푸른 빛에 젖는다
세상의 누군가 가을 푸른 눈물에 젖는다
젖은 세상 한 아름 품고
하늘을 가로지르는 너의 어깨 위에
어느 하늘에서 날아온
가을이라는 예쁜 새 한 마리가 앉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