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비명사 한 고구마 /박 순기
왜 그랬니
그럴 수밖에 없었니
너는 손 하나 까딱하지도 않고
순식간에 다 집어삼켜 버리는 쾌감을
느끼며 폭만 감에 룰라라 배를 두들길 때
너를 바라보던 들풀들도 너를 보며 도리깨질
하며 손가락질하는 것 보이지도 않았니
살갛이 이글거리며 타오르는 더위에도
잡풀을 뽑고 통풍 잘 되게 줄기 세우고
자주색 초록을 배합한 물감을 풀어
넙디한 이파리에 엽록체 영글리며
이슬 꽃 피는 새벽 날마다 보는 기쁨었는데
이제 난 어떡하라고
너의 양심 없는 행동에 허탈감과 무력감을
너는 알기나 할까
차라리 손 놓아 버리고 싶은 좌절
너의 영역에서 너의 꿈을 먹고살면
누가 뭐라 하겠니
피땀 흘려 가을 추수를 기다리며 사는
순박한 마음 이렇게 아프게 해서야 쓰겠니
한 뿌리도 남기지 않고 굴착기로
땅을 뒤집어 놓은 것처럼 쑥대밭을 만들어 놓은
폭군 멧돼지 너는 강도나 다름없어 나쁜 멧돼지
너무 야속하고 미워서 뭉둥이로 패주고 싶다
07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