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는 늘
언덕 아래로 무너지는
바람을 달고
공원 찻집에 들어섰었네.
벽난로 불빛이
커피를 젖는 동안
사내의 두 손은
솔숲 갈색 그늘로 짠
빈 둥지였네.
가끔, 여닫이 문에 밀려
엇각으로 쓰러지는
담배연기
음악이 한 차례
흐른 뒤에야, 사내는
찻잔을 놓았네.
아, 사내는
겨울에서야
헤진 가슴을 찾는
나의 동족이야. 분명
청둥오리 날개를 따라
이 계절 떠나고 나면
다시금 가슴을 허는 우리는
알지.
빈 찻잔의 온기를
두 손으로 꼬옥 누르면
겨울은 언제나
향기 나는 고독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