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26일 화요일

자존 -고재종-

외로운날, 느티나무의 너른 둥치에 기대면
나무는 제 가슴 열어 수만 상처를 보여 주네

설레는날, 강물에 나가 물수제비를 띄우면
강물은 몸 뒤채어 금은 비늘 떼 반짝여 주네

서러운날, 또 잿등에 올라 목이 메이면
하늘은 그 울음 쓰어 남빛 만리를 보여주고

그러나 또 가슴 아리도록 너 그리운 날엔
앞산도 제 능선 위로 쇠기러기 떼 띄워주네

나는 이래저래, 홀로 드높아 쓸쓸하여선
서리 쓴 들국 한 송이에도 함부로 절을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