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18일 월요일

권창순의 ´자연을 칭찬하기´ 외



<환경에 관한 동시 모음> 권창순의 ´자연을 칭찬하기´ 외
+ 자연을 칭찬하기

친구만 칭찬하지 말고
강아지만 칭찬하지 말고
우리와 함께 묵묵히 걸어가는 길도 칭찬하자
가지마다 주렁주렁 열매를 익힌 감나무도 칭찬하자
풀숲에서 목청껏 노래하는 풀벌레들도 칭찬하자
둥둥 달을 띄워 놓고 있는 연못도 칭찬하자
동생만 안아주지 말고
고양이만 안아주지 말고
나무도 안아주자
풀들도 안아주자
꽃들도 안아주자
돌들도 안아주자
(권창순·아동문학가, 1961-)
+ 지구의 일기

나는 더워서 입기 싫은데
엄마는 자꾸 옷을 입혀요
두껍고 딱딱한 콘크리트 옷

나는 뛰놀고 놀고 싶은데
꼼짝 말고 있으래요
머리 깎아야 한다고
소나무 전나무 갈대 솜털까지
자꾸만 깎아요

나는 아파서 살살 하라는데
아빠는 등을 너무 빡빡 밀어요
때도 아닌데 구멍 나게 밀어요
곰보딱지 같다고 집들을 밀어요
산도 밀어요

나는 따가워서 싫은데
엄마는 뭘 자꾸 발라요
농약도 바르고 제초제도 바르고
냄새 고약한 폐수도 발라요
(이병승·아동문학가, 1966-)
+ 나무

나무는
청진기

새들이
귀에
꽂고

기관지가
나쁜

지구의 숨결을 듣는다.
(정운모·아동문학가)
+ 분리 수거

친구야,
쓰레기를 분리 수거하듯
우리 감정을 분리 수거할 수 없을까?

누군가를 칭찬, 격려했던 감정을
사랑이란 마음 상자에 담아
쓰고 또 쓰도록 하고

누군가를 시기, 질투했던 감정은
미움이란 마음 상자에 담아
재활용 공장으로 보내어
다시 태어나게 할 수 없을까?

정말 그럴 수 없을까?

내가 너를
네가 나를
미워했던 마음을
사랑으로 다시 태어나게.
(오은영·아동문학가, 1959-)
+ 흙

흙은 너무 지쳐서
겨우내 잠을 잔다.
북풍이 몰아쳐도
곤하게 잠을 잔다.

살갗은 얼어도
품 속 개구리알 씨앗들을
제 체온으로 다독인다.
잠 속에서도 다독이는 건
흙의 버릇이다.
실뿌리 하나라도
감기 들까 걱정이다.

입춘 무렵 흙은
잠이 깨어도
자는 척 누워 있다.
품 속 어린것들
선잠 깰까 봐.
(최춘해·아동문학가, 1932-)
+ 흙에 생명을 주는 주인공

또르륵
또르륵

한여름 밤 고요 속에
풀밭에서
아주 작으나
청량하고 또렷한 소리

그러나
그 소리가
이젠 점점
사라져 간다

그리고
흙의 생명도 잃어간다.
농약과 제초제가 주범이다.

흙이 살아야
인간도 살텐데...
지렁이의 걱정이다.
(조춘구·시인)
+ 장갑과 호미
-원유 유출 피해 지역 갯마을

빨간 코팅 목장갑 한 켤레
갯돌에 걸터앉아 쉽니다.

갯바위의 끈적끈적한 기름때
까맣게 타르 장갑 되도록
닦고 닦아도 끝이 없다고
손 놓고 주저앉았습니다.

몇 발짝 옆 모래밭의 호미도
기름떡을 캐다 지쳤습니다.

육백 리터짜리 플라스틱 통
백삼십 개를 채워도 끝없으니
이 노릇을 어쩌면 좋겠느냐고
물음표로 바닥에 누웠습니다.
(안학수·아동문학가, 1954-)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곽재구의 ´스무 살´ 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