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의선 장단역에
폭격 맞고 반백 년 버려져
온몸이 녹슨 기차가 비무장이다
그때의 기적 소리인듯
화통 위에 단풍나무 한 그루 솟았다
엊그제 가을에
붉게 물든 저 나뭇잎을 보고는
누구는 피눈물이 맺혔다 했고
누구는 비명을 지른다고 했다
아직 숨쉬고 살아있으니
그네들 말이 다 맞다
지금 비록 겨울이라고
말라비틀어진 시체로 멈추었지만
오는 봄에는
꺼졌던 불을 다시 지펴
번쩍번쩍 광낸 화통을 매달고
저 단풍나무가 푸릇푸릇
철길을 힘차게 밟으며 굴러가겠다
평양으로 신의주로
눈 덮인 백두산을 넘어 가리라
원산으로 개마고원으로
얼어붙은 두만강을 건너 가리라
삼척에서 을릉도 지나
독도까지 다리 놓으며 가리라
제주도 서남쪽 지나
이어도까지 파도 헤치며 가리라
단풍나무 한 그루가
칙칙폭폭 한반도를 끌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