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25일 월요일

산지기

솔새는 일 년에 한 번씩 머리를 깍는다.
불어오는 바람의 심장에 한기가 들면
산들바람에도 곧잘 비듬을 떨군다.
운이 좋아, 바람의 저 편
볕 잘 드는 자리 얻어걸리면
봄기운 돋을 때까지 웅크려 빌어먹는다.
눈이 수북이 쌓이거나
안개비라도 자욱이 묻어오면
한 겨울 내내 떨지 않고, 한숨 돌리겠다.
산자락을 비집고 발근하지만
한 번 잡기만하면 악물고, 물고 늘어져
세상 다하는 날까지, 山을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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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새:볏과의 여러해살이풀. 산야에서 많이 자라 흔히 볼 수 있으며 뿌리가 가늘고
강해 귀얄(풀칠,옷칠할 때 쓰는 솔. 풀비)로 썼음. 줄기는 가늘고 대마디처럼 마디가
곧아 어릴 때 그걸 분질러서 산치기 놀이를 한 기억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