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24일 일요일

고향 뜰에서

왕산과 바다가 합쳐진 곳
코지배 골목에는
철이가 순인지 순이가 철이인지
언 땅위에 아우성치며 움트려는 새싹들
저를 위해 생겨난 세상
백사장이 천하 되고 골목에서 여왕 되어
상고머리 반바지 허리춤에 걸쳐 입고
천방지축 날뛰던 사내 같은 녀석
이 땅위에 두 아이의 엄마 되었네

시만 읽고 있으면 대학은 절로 가고
밥이 나오느냐 옷이 나오느냐
성화시던 어머니 지우고
못내 바이런을 사랑하다
이 땅위에 가난한 시인으로 남기 원했네

달도 기운 초사흘
고향집 뜰 안은 먹물 밴 풍경화
더듬더듬 돌로 쌓은 화단 한 귀퉁이서
수채화 한 폭을 그려보네

잔잔히 부는 실바람은 어찌 그릴까
이 향기로운 풀꽃 내음은
무슨 색으로 그려야 하나
아아 귀뚜라미 말간 노래는

밤하늘 별들 쏟아 지는 뜰 안
떠나는 내 젊음에 색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