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8일 금요일
오순택의 ´민들레꽃´ 외
<민들레 동시 모음> 오순택의 ´민들레꽃´ 외
+ 민들레꽃
노란 신발 신고
나에게
가만가만 다가와서
봄햇살 쬐고 있는
쬐고만 여자 아이.
(오순택·아동문학가, 1942-)
+ 민들레꽃
민들레꽃은
키가 크고 싶지 않나 봐.
언제나 봄과 똑같은 키.
민들레꽃은
나이를 먹고 싶지 않나 봐.
언제나 봄과 똑같은 나이.
(이준관·아동문학가)
+ 민들레
해님이 주시는
빛살 중에서도
민들레는 노오란 빛깔만 골라
옷을 지어 입는다.
담녘 따스한 곳에
물레를 걸어 두고
노오란 실바람만 뽑아
옷을 지어 입는다.
(권영상·아동문학가, 1953-)
+ 민들레, 너는
돌부리 널브러진 땅
온 힘 다해 내린 뿌리,
땅바닥에 납작 엎드려
서로를 껴안으며
겹겹이 돋아
노랑 꽃대를
밀어 올렸다.
민들레, 너는
금메달에 빛나는
역도 선수다.
(장화숙·아동문학가, 1960-)
+ 민들레
제일 먼저
봄을 가져다준
키 작은
너
하얀 낙하산 타고
둥실둥실
떠다니는
너
돌 틈에 눌리고
밟혀도
씩씩하게 자란
너
널 볼 때마다
장사 꽃이라
부르고 싶다.
(이근우·아동문학가)
+ 봄의 길목에서
겨울 끝자락
봄의 길목
나가거라 나가거라
안 된다 안 된다
바람은
또 다른 바람과
밀고 당기기를 합니다
그러는 사이에
풀밭에 떨어진 노란 단추
민 들 레
(우남희·아동문학가)
+ 민들레 - 나의 동시
하늘
바라볼 뿐
땅에 붙어
피는 꽃
가까이 다가가도
작은
향기
풍기지도 못하지만
지나치며
눈길 주는 사람들이 있어
빈 터
어디든지 뿌리내려
노래
한 그루씩
기르고 있는 거야.
(박일·아동문학가)
+ 고맙다
노란색 민들레
눈이 부신 꽃
아무도 따지 않고
그냥 갔구나
숨 모아 후우우
씨 갓털 후우우
날려줄 날 있게
누구도 밟지 않고
그저 갔구나
(홍우희·아동문학가)
+ 아기 손바닥
아까부터
담을 넘으려는
민들레 홀씨 하나
어른들 모두
그냥 가는데
엉덩이
살짝 들어
넘겨주고 가는
아기 손바닥
(안영선·아동문학가)
+ 낙하산
까만 몸
머리엔 하얀 솜깃 꽂고
나는야 한 알 민들레 꽃씨.
동네 아가들
호, 입김에
하늘에 둥실
<민들레 낙하산>
<민들레 낙하산>
예쁜이, 그 고운 입으로
붙여준 이름
한길가
먼지 속에 누웠어도
지금, 나는
아흔 셋
알알이 흩어진
내 형제들 생각
꽃구름 보며
별을 헤며
돌아올 봄 기다려
노란 꽃잎
노란 나비떼 꿈꾸는
나는야
낙하산을 타고 온
한 알, 민들레 꽃씨.
(윤두혁·아동문학가, 1938-)
+ 생각
와아!
화창한 봄날이에요.
그 동안
내가 후-. 불었던
민들레 씨앗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요?
오늘은
학교 수업도 학원 공부도
모두 빼먹고
그 길 하나하나
따라가 보고 싶어요.
(오지연·아동문학가, 1968-)
+ 두 주먹 불끈 쥐고
온갖 쓰레기 더미 위에
한 송이 민들레 피었습니다.
어디서 날아왔을까?
얼마나 힘들었을까?
역겨운 냄새 풀풀 날려도
코 막으며 살아야 한다고
살아서, 저 파란 하늘 향해
크게 한번 웃어 봐야 한다고
두 주먹 불끈 쥐고
용케도 잘 자랐구나.
어디선가 나풀나풀 날아와
꽃잎에 입 맞출 나비를 기다리며
어둠 밝히는 등대처럼
꼿꼿이, 환하게 웃고 있구나.
(김소운·아동문학가, 1908-1981)
+ 별과 민들레
파란 하늘 그 깊은 곳
바다 속 고 작은 돌처럼
밤이 올 때까지 잠겨 있는
낮별은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지만 있는 거야
보이지 않는 것도 있는 거야.
꽃이 지고 시들어 버린 민들레는
돌 틈새에 잠자코
봄이 올 때까지 숨어 있다
튼튼한 그 뿌리는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지만 있는 거야
보이지 않는 것도 있는 거야.
(가네코 미스즈·27살에 요절한 일본의 여류 동요시인)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임남규의 ´자연인´ 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