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12일 화요일

☆ 부끄러운 땅에 너희를 묻을 순 없다. ☆

그 뒤,
눈을 떠도 늘 캄캄한 낮이었다.
눈을 감은들 잠들 수 없는 하얀 밤이었다.
아, 살아 있다는 게 더 부끄러운 나날이었다.

그리하여
이즈음 이 땅 곳곳을 뒤덮는
개망초, 그 더러운 위선과
막무가내의 광기가 꿈결에까지
좇아와 살아남은 자의 밤을 헝큰다.
이렇듯 잡풀더미처럼 어지러이
헝클려 도무지 잠들 수 없는
하얀 밤을 뚝뚝 적시는
붉은 핏방울

아, 그 개망초 우거진 길가
풀섶엔 붉은 메나리 두 송이
피어 잠시 어찌할 줄 몰라하며
몸을 바들바들 떨고 있었을 것이다.

이어 철컥철컥 잔인한 쇠바퀴가
두려움에 떨고 있는 꽃송이를
떨구고 다시 한번 돌아와
찢겨진 살점을 짓이기고,
튀는 피와 함께 그 눈부시게
하얀 운동화 한 짝이 풀섶으로
날아 나동그라졌을 것이다.
맥없이,

그랬다. 살아있는 우리들 또한
부끄러이 맥 한 번 추지 못하고
떨어진 꽃잎들의 잠을 편안히 덮어줄
땅 한 평 되찾지 못한 채

다시 유월이 오고,
경기도 양주군 광적면 효촌2리
56번 지방도로변에 나뒹굴던
그 하얀 운동화, 누구인가
내내 잠들지 못하는 머리맡을
퍽퍽 쳐대며 울고 있지만,

이렇게 울고있지만, 개망초 우거진
이 부끄러운 땅에 묻을 순 없다.
아직은 시퍼렇게 살아있는
우리들 가슴에나 꼭꼭 묻어둘 수밖에 없는
아아, 메나리 같이 순결한 우리의 딸
효순이 미선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