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20일 토요일

수리산에 코스모스 피었다

살점이 떨어져 나가고
뼈가 갈라지는
순례를 마음 먹었다면
박해와 탄압을 피해
꽃처럼 물처럼 살았다는
수리산으로 가야 한다
숨은 그곳까지 들이닥친 환란에
단칼에 베어진 목숨이
코스모스로 울긋불긋 피었다
저 은둔자들이 숲속에 모여 앉아
한 땀 한 땀 바느질 수를 놓는다
더도 덜도 당기지 않아야
하늘과 땅을 이을 수 있다고
찢긴 가슴을 이어 붙일 수 있다고
가벼이 부는 바람에도
배교하지 않고 고개 내밀었다
꽃대 이리저리 흔들리면서
우주가 담긴
색동저고리 만들고 있다
세상 한몸이라고 꿰매고 있다
수리산 꽃 핀 곳마다
사랑스러워라 눈 감고 기도 하련다
자비로워라 무릎 꿇고 절을 하련다
수리산 순교의 자리마다
부처의, 예수의 말씀이 피었다
내 옆에 앉은 코스모스
마음으로 지은 옷 한 벌 내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