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점이 떨어져 나가고
뼈가 갈라지는
순례를 마음 먹었다면
박해와 탄압을 피해
꽃처럼 물처럼 살았다는
수리산으로 가야 한다
숨은 그곳까지 들이닥친 환란에
단칼에 베어진 목숨이
코스모스로 울긋불긋 피었다
저 은둔자들이 숲속에 모여 앉아
한 땀 한 땀 바느질 수를 놓는다
더도 덜도 당기지 않아야
하늘과 땅을 이을 수 있다고
찢긴 가슴을 이어 붙일 수 있다고
가벼이 부는 바람에도
배교하지 않고 고개 내밀었다
꽃대 이리저리 흔들리면서
우주가 담긴
색동저고리 만들고 있다
세상 한몸이라고 꿰매고 있다
수리산 꽃 핀 곳마다
사랑스러워라 눈 감고 기도 하련다
자비로워라 무릎 꿇고 절을 하련다
수리산 순교의 자리마다
부처의, 예수의 말씀이 피었다
내 옆에 앉은 코스모스
마음으로 지은 옷 한 벌 내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