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들기도 전에
심장을 닮은 이파리 하나
비바람에 뚝 떨어졌다
손 뻗으면 지척일 생사의 길이
안개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까닭은 소나기였을 것이다
한 생명에게
사정없이 달려들었던 것 말이다
한 집안을 가볍게 들었던 손이
한 가족을 지탱하였던 발이
물속에 한참 잠겨 있어 퉁퉁 불었다
한꺼번에 던져준 물음에
한 마디 답할 수 없었던
저 몸이 흘러가지 못하고
빗물 위의 낙엽처럼 둥둥 떠 있다
물 위로 떠오른
너를 일으켜 세우겠다고
머리 흔드는 나도 빗물에 젖었다
겨우 몇 모금의 물로 마른 흙 적셨다고
발길 멈추어 섰느냐
굽이굽이 흘러가야 할 길이 아직 먼데
스스로 닫아놓은 눈을 뜨고
굳게 다문 입을 어서 열라고
주먹으로 가슴을 세게 치면서
너를 깨우는 것이다
바람 한 번 불 적마다 나뭇가지에서
후두둑 떨어져내리는 빗물
네가 밟고 가는 길이 아득히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