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17일 화요일

네 철 (사 철)

네 철

정영숙
*봄*


봄물 흐르니 숨어있던 뫼. 하늘. 풀. 나무
숨 쉬는 것들 짝짜궁 짝짜궁
기운 보송보송
더 짝짜궁 짝짜궁.



*여름*


햇살 쏟아지니 아이들
홀랑 벗고 풍덩풍덩
땡볕에 데어 쿵쾅쿵쾅 몸부림치는 하늘에
숨겨 논 허물을 내 놓고 엎드려 빈다.

*가을*


가을한들 찬 열매의 무리 보기만 해도
배부르고 이뫼저뫼에 타는 마지막 불꽃
마음을 꼬드기며 오라하네
불꽃만도 내 마음 흔드는데
달빛마저 왜 그러는지!


*겨울*


솜이불 온 누리를 덮었다.
깨끗하다. 없다 아무것도.
그렇게 나부대든 것들이 없다
아무것도 없이 다 준 나무들
맨 몸으로 서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