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12일 금요일

시온의 저녁바다

서쪽 하늘 귀서리에
발갛게 저녁 꽃이 피어나자
날쌘 아이들이
꽃밭 속을 들랑거리며
재밋어 죽겠다는 듯 끼룩댄다

사시장철
바람은 모래 찍어 시를 쓰지만
머리머리 꽃 동이 이고
스란치마 잘잘 끌며
해거름 물떼가 차르르 닥치면
아아, 스스로 터지는 찬미가(讚美歌)

평생 닦은 거울에 제 얼굴 비쳐보니
아리땁다 싶은지
제풀에 신명이나 둥둥대는 섬들

하루치 은혜를 몽땅 소진하고
느럭 느럭
서산을 넘는 늙은 목동을
몰려든 구름이 꽃가마로 모시고 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