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비-
오늘 당신이 누운 자리에서
처음으로 당신의 체온을 느끼고 있습니다.
살아 생전 한번도 느끼지 못했던
당신의 체온이
이제야 땅을 통해 전해짐은
당신이 계실 땐
한번도 당신을 진정으로 느끼지 못했던
저의 냉정함이었습니다.
오늘 당신이 걸어온 길을 생각해 봅니다.
그 길 어디에도 당신을 위한 시간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세상 어디에도 당신의 흔적은 남아 있지 않습니다.
당신이 살아 생전 나에겐
그것이 부끄러움이었고,
당신을 향한 저의 불만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흔적 없는 걸음걸음에는
꼭 하나만은 함께 했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세상에 모든 아버지가 다 그렇기에
당신은 내세울 수 없었을 지도 모르지만,
저에겐 세상 무엇보다 값진 것임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당신이 당신을 위한 모든 것을 버려가면서도
저에게 주려했던 사랑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이 시간이 지나면 한동안을 당신을 잊을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언제나 당신의 사랑만은
오늘의... 내일의 나를 만들고 있음을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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