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24일 수요일

새들은 날아 오는데

북녘 하늘로부터
수상한 날개를 펴서
끼룩 끼룩 울음 소리를 내며
철새는 날아 오는 것인데
내 마음의 철책은
가시를 높게 치켜 세우고
겨드랑이는
왜 이렇게 가려운지
은빛 칼날이 돋아나는 것인데
몸 속 전선에서는
밤새 각혈로
추락의 병이 깊어지는 것인데
먼길 나서는 철새도
핏줄이 단숨에 끊어지는
몸살을 앓았는지
쿨럭 쿨럭 기침을 하면서
손에 손을 잡고
무리지어 달빛을 가리면서
사약 같은
어둠을 끌고 오는 것인데
의심 많은 눈으로
지상을 굽어 보다가
우루루 세상을 폭격하려고
철새는 날아 오는 것인데
육(肉)의, 식(食)의 감옥에
오랫 동안 갇힌
자(者)들에게, 너희들에게
반항을 하리라고
반란을 하리라고
죽음으로 맹세하면서
강을, 산을 건너가려는 것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