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3일 수요일

섬에 간 그들은 정녕 돌아오지 못하리라

끝없이 물방울 일으키며
서해 바다로 달아나는 저 바람
마침내 늘 젖어있는 숲,
외딴 섬 앞에 이르렀을까
저 숨겨진 장소는 한 번 들어가면
두 번 다시 빠져나오지 못한다는
온갖 위험 득시글한 곳,
세상 다리 끊어져 버린 곳,
그러나 비록
내일 빈 조개껍질의 시이트만
해변에 뒹굴지라도
오늘 명사십리는 길게 펼쳐져 있어
저 삼나무들의 외침소리
끝없이 하얀 모래 위로 퍼져나가고
저 갈매기들의 날갯짓
한없이 하얀 수평선 위로 퍼덕거리고
심오한 정열에 지친 넋이
때로 독초의 내음을 풍기며
아무렇게나 자라나는 모래벌 위로
태고의 신화를 삼켜버린
커다란 자색 구름이 흐른다
어느 날 저 검푸른 숲,
외딴 섬으로 몰래 숨어든 자들은
히히 킬킬 미친 웃음 소리
정녕 그 곳에서 벗어나지 못하리니
영혼의 촛점을 맞추려던 노력
넘쳐 맨살을 태우려하다가
종일 달궈진 뜨거운 모래 위에서
까무라친 혼백들은
시신도 찾을 수 없게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