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4일 목요일

고구마꽃

내가 불 가까이
다가가고 있음이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한 길
혀를 내밀고 있는 것인지
꽃 피는 것처럼 불 같은 삶이다
生이 꽃 아니면
꽃 보러온 구경꾼인가 보다
꽃 한 번 본 적 없는지
꽃 구경하러 오는 사람들 봐라
물 한 모금 달라고
내 견딜 수 없는 눈빛이
고구마꽃이다
참을 수 없는 사막이라고
외치는 나팔꽃처럼 피었단다
고구마 평생 심었어도
꽃 한 번 본 적 없다고
아니 꽃 피었어도
꽃 볼 새 있었겠느냐
허기 간신히 속일려고
호미 같은 손발로
한 끼 먹을 땅만 파고 있었다
꽃보다 밥 먼저였다
고구마밭같이 파헤쳐진 계절이었다
한 입 잘 넘어가지 못하고
목에 걸려 물 삼켜야 했던 시대였다
고구마꽃 처음 본다고
이제 배 불렀으니
예쁜 꽃 보이는 것 아니냐
고구마꽃이 크게 소리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