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12일 금요일

광대

나룻배 한 척
섬진강에 띄워서
물결 따라 한참을 흘러가다가
모래톱 어디 닿는 데 있거든
오체투지로 가면
하동의 백운산 한 자락
다압면 도사리라고 하는데
겨우내 죽은 척하고 있다가
꽃망울 터뜨리겠다고
본색 감추고 탈 내밀고 있으니
매화, 저것이 광대 아니냐
허공에 목숨 하나 세워놓고
걸터앉아 있다가
부채 하나 들고 필까 말까
줄타기 하는 게 남사당패 아니냐
멍석은 벌써 깔아놓았으니
꼭두쇠의 꽹과리 소리 들린다
붉고 흰 상모가 불길의 화花다
앵두나무 막대기에
하늘높이 솟구치는 버나에다가
앞곤두, 뒷곤두, 번개곤두,
자반뒤집기 땅재주꾼과 어릿광대로
웃음꽃 피는 것 아니냐
꽃 위에 꽃이라 무등이 펼쳐지고
소무 차지하고 새살림을 차리는
천하의 한량인 취발이가
나뭇가지의 햇살 한 자락 같다
삼월의 구경꾼들 모여들었으니
질퍽하게 한 판 벌여보자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