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13일 토요일

산다는 것의 쓸쓸함

무척 아름 차던 날들이었다
살아내야 한다는 집념에
산다는 것의 의미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달걀 섬에 착지한 장님처럼
낮은 바람에도 소스라치던
미욱한 삶이었다

무산 계급(無産階級)의 내가 해야 할 일은
거꾸로 된 세상을
거꾸로 보는 연습이었다

백로 만나면 검다하고
까마귀 만나면 희다하기란
꽃 바늘에 동아줄을 꿰기보다 어려웠다

이젠 어제의 뒤 춤을 보고
오늘 식도를 넘어야 할 질량과
헙헙한 일이라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음을 알게 됐지만
유(有)도 무(無)도
결국은 한길이라는 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울 밖에 바람이 차다
울안에 바람은 더 차다
산다는 것의 쓸쓸함은
어디쯤이 종착역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