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무려 진다는 것
당신 살점에 내 빛깔 반반씩 섞여서 둥그러 지는 것
젖빛 솜털 보송하던 모양새로 비탈에 섰을 적에는
낯설고 쓸쓸하여 천지간 나 하나 뿐인 듯
쓰렁쓰렁 하였드랬습니다
타협을 거부하는 봄 아지랑이 또한
첫 대면 부터가 그러 하였습니다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었을 테지만
당신 모습 서먹 하였고, 풋내기 가슴만
떡가루마냥 풀풀 거렸지요
한소큼 김 오르고, 시루에 켜켜히 쟁여진 채로
또 한소큼 김 올랐을 때야 비로소 우리
한데 섞여 버무려지고
둥그러졌던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