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23일 화요일

선착장에서

날카롭게 파고드는 겨울 찬바람에
옷깃을 여미는 건 사람만이 아니더라
보는것만으로도 시린 겨울바다는
온몸으로 물너울을 일으키며
찬바람에 맞서고 있었다

이름 모를 어부의 배 한척이
적막한 겨울바다 한귀퉁이에서
물너울에 온몸 실어 깊은
외로움을 밀어내듯 한다

허름한 선착장 주변 입간판에
새겨진 이름은 어디론가 가버린 다방은
그 입구마저 시꺼먼 어둠이 막아섰고
공허감은 굳게 자물통을 채워놓았다

모월모일에
찾아든 낯선 선착장이
추억이란 명패를 달고 삶의
한귀퉁이로 성큼 걸어들어옴을 느끼며
옷깃을 여미며 잔걸음으로 걸어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