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4일 목요일

겨울나무가 되게 하소서

소중한 기억의 다발을 일깨우듯
네가 다시 내게로 돌아왔구나
오래도록 비우고 비워낸 겨울숲
아주 작은 기척소리에도 깨어나듯

뜨거운 우육탕 한 그릇에
더운 피가 다시 내 편에서 끓는구나
끝없이 너르게 펼쳐지는 내 안의 하늘,
사방 흰 구름이 내 안에서 일고 있구나

혹 몸에 두 개씩 혹을 달고 다니는
이상하게 생긴 새가 되는 것은 아닐까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안고 날겠다는
저 무한한 욕심의 바다를 닮은

겨울 바다를 안아 보았다고요
겨울 새가 날고 있었다고요
겨울 물고기를 잡았다고요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다 있었다고요

오, 주여, 차라리 겨울나무가 되게 하소서
지난 기억을 모조리 간직한 뿌리
오래도록 움켜쥔 본질의 힘으로
남은 생애 이어가는 소망이도록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