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27일 토요일

우화(寓話)

그제는
머리가 둘 달린
물고기를 보았는데
어제는
다리가 넷 달린
닭을 보았네
아침부터 황사 불어오고
낮에는 눈 내리고
밤에는 얼음 언
오늘은
칡넝쿨 사람을 보았네
땅속에 숨겨진 다리가
이 나무 저 뿌리에 얽혀 있어
삽을 들고 곡괭이를 들어도
캐낼 수가 없다고
나무꾼들 모여들어
날 시퍼렇게 선
도끼를 들고 내치려는데
마침내 항복하겠다며
두 손 들고 제 스스로 걸어나오는
풀인지 나무인지
저 칡넝쿨이 팔뚝만하다
껍질은 또 얼마나 단단한지
벗겨낼 수가 없다
드러난 자리가 너무 깊어
아무 것도 자랄 수가 없는
폐허의 황무지다
칡넝쿨 잔뿌리 쑤욱 뽑아내니
텅 빈 저 흙속에서
폭풍우 몰아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