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대가 실한 나무라
톱으로 밑동을 베어 쓰러뜨렸다
대패로 잘 깎고 다듬어
층층으로 큰 못을 박아 넣었다
지상에서 천상으로 오르는
사다리를 만들었다
담벼락에 기대어 죽은 듯 서 있다가
저를 밟고 올라가라고
등을 굽혀 주는 것이
가만 보니 내가 아는 누구를 닮았다
무거운 발길 다 받아주면서
부서지지 않고 버티어 선 것이
한 여름의 꽃대궁 같다
바람에도 꼿꼿한 참대 같다
뉘라서 혼자 저 천장 위까지
쉽게 다다를 수 있을까
사다리 없이
무지개 걸린 저 언덕까지
뛰어 오를 수 있는 이가 누가 있을까
그가 사다리 같다
때때로 나는 다락 위로 올라가거나
우물 속으로 내려가거나
사다리 밟아야
또 다른 세계에 발 디딜 수 있을 것 같아
발목을 잡아 주는 그를 믿는다
오늘도 그는
누구를 지붕 위에 올려주려고
궂은 비 내리는 마당 한 구석에
나무 층계로 서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