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포도밭
섬으로 가는 길이
산발한 해풍으로 축축하게 젖었다
꼭지 하나에 매달려 있어
툭, 하고 떨어질 듯
가득 들어찬 마음이 보이지 않아서
문 두드리며 수소문 하였더니
남모르게 종이로 집을 지어놓고
송이송이 익어가는 중이다
그 속으로 무단출입하는
비바람이 아침부터 마실 나왔다
먼 곳에서부터 불어오는 눈빛으로
바닷가 포도가 달콤하다고
섬이 온통 포도밭 지천이다
나도 당신이라는 섬에 포도를 심는다
늘 물기 짙은 안개로 덮고
소금기 많은 바람을 씌우겠다
당신의 가슴에
사탕 같은 사랑 같은 포도가
주렁주렁 맺혀 창을 열어놓는다
심심하면 물 갈라지는 갯벌로 나가
검붉은 포도 한 송이 들고
당신 손을 잡은 채
물고기 살고 있는 등대까지 걸어가면서
입속에 든 포도의 씨를 뿌리겠다
바다 속 줄기마다
조개 같은 포도가 자라면 좋겠다
밤마다 꿈마다
바닷가 포도밭의 섬으로 간다
그 섬에 포도 같은 당신이 있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