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29일 월요일

방황

오랜만에 찾아간 고향집,
잡초만 무성한 마당가에
이끼로 도배된 우물.
모두 떠나
아무것도 없는 대나무 숲,
샤아 샤아 바람소리에
거미줄이 춤을 춘다.
허름한 우물 속에서
까마득한 어린 시절이
거미줄에 뒤엉켜 돌아간다.
치솟아 오르는 욕지기,
떨어지는 누런 이파리 따라
끝없이 빨려 들어가는 몸뚱아리.
핏발선 눈.
헐떡이는 웃음.
부여잡고 있는 손아귀 속의 세상.
어쩌다 찾아오는 비만이 나를 기억하고
말라버린 우물 속에는
예전의 붕어도 피래미도 모두 사라지고
잘못 떨어진 새싹 하나가 안간힘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