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2일 목요일

아버지2

아버지2

지산 고종만

그런 분인 줄 몰랐습니다.
항상 말씀이 적어 과묵하지만
가슴에는 주름살만큼이나 아픔이 있는 줄을.

그런 분인 줄 몰랐습니다.
자식에게 아낌없이 용돈을 주셨지만
당신의 지갑은 항상 비어 있는 줄을.

그런 분인 줄 몰랐습니다.
술을 드시고 밤늦게 오실 때가 많았지만
과음을 할 수밖에 없는 괴로움이 많은 줄을.

그런 분인 줄 몰랐습니다.
우리 가정에서는 가족 모두가 어려워하는 분이지만
직장에서는 서럽디서러운 말단직원인 줄을.

혼자 할아버지 산소에 가신다던 아버지를
몰래 뒤따라 간 난 깜짝 놀랐습니다.
남자는 눈물을 흘려서는 안 된다던 아버지는
할아버지 무덤 앞에서 하염없이 울고 계셨습니다.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당신께서 떠나시고 내가 아버지 된 지금에야.
이 못난 자식은 손자 모르게 당신 무덤 앞에서
한없이 한없이 눈물을 흘립니다.

시집 ´사랑과 시 그리고 나´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