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를 부칩니다, 그대에게
어느 순간
내 영혼 한 자락 수줍게 길을 떠납니다
나는 푸른 창가에 기대어 서서 며칠씩
그대의 답장을 기다립니다
초침이 찰칵거리고
숨가쁜 아침이 다시 열리고
편지함엔 그대에게 띄운 편지 한 통이 돌아와 있습니다
수취인 불명!
주소도 이름도 틀림없는 그대의 현재인데
수취인 불명?
어제도 우리는 짧고 길게 통화를 했는데
다른 혹성으로 이사 갔다는 말은 들어본 적도 없는데
보내면 다시 돌아옵니다
그러나 아직 그대는
내 숨은 이야기를 알지 못하여
그대에게 전하는 나의 깊은 사연을 알 수가 없어
자꾸만 나는 다시 편지를 띄웁니다
1주일이 지나고
한 달이 지나고
1년이 지나고
그대와 나의 거리는 점점 아득하여
우리는 단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채
여전히 되돌아옵니다, 나의 편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