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벽赤壁의 문을 열고
청천靑川을 굽어보니
저 위 계단 높은 곳에서부터
흘러온 꽃 있어
내 생이 멈춰야 할 저곳이
도화원桃花園 아닌가
비록 복숭아꽃 피기엔 때 이르지만
몇몇 꽃은
벌써 벽안의 눈을 뜨고
몇몇 물은
이미 하늘과 수심 맞닿아 있고
등에 진 속세의 짐이
문득 꽃잎처럼 가볍다
돌 밟고 올라가는 길마다
번뇌 내려치는 폭포다
한 발 잘못 헛디디면
아득하게 추락하는 고행의 숲이다
마침내 다달은 천상의 마당에
물고기 떼지어 헤엄치고
나비 제 홀로 날아다니고
여기가 별유천지別有天地 아닌가
병甁에 잔盞에 가득찬 마음 비우고
풀밭 위에 누워 있으려니
약속도 하지 않았는데
나뭇가지 사이로 낮달 환하게 비추고
잔별 밝게 빛나고
그렇지, 인간세상이 여기 아니련가
꽃들 기침 하는 소리에
불현듯 눈을 뜨니
맞아, 당신 눈속이 별천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