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27일 월요일

파수꾼

철조망 둘러친 우리에
늑대와 이리가 출몰해
순한 양과 염소를 빼앗아간다고
잘 자라고 있는 밭에
멧돼지와 곰이 나타나
감자와 옥수수를 다 먹어치운다고
망루를 세웠더니
누가 파수꾼이 되겠다고 자처한다
북을 치고 돌을 던져
악의 무리들을 내쫓겠다고 한다
탈 없도록 지켜주겠노라고
거수로 뽑은 추장이
궁궐 속에서 문 닫아 걸고
달콤한 사탕발림에 녹아나는 건 아닌지
세상 잊어버렸는지 감시한다고
잠 안 자고 밤낮으로 일깨워주겠다고
부릅뜬 눈과 열려있는 입이 되겠다고
너희들은 안심하고 일을 하고
편안하게 잠을 자라고 해놓고
파수꾼이 사라졌다
우리 속이 텅텅 비었다
밭이 황무지로 변했다
망루가 부서져 내려앉고
저기 늑대 속에 이리 속에
파수꾼이 숨어있다
저기 멧돼지 속에 곰 속에 있다
파수꾼을 지켜봐야 했는데
창고에 가득한 소중한 정신을 털렸다
파수꾼을 파수하라
네 속에 파수꾼을 두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