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가 풀을 먹고 나무소리를 낸다
한지가 자존심을 살리니 빛깔이며 느낌이 비단이다
풀을 삭힌지 한 달이 지나면
투명해지고 광택이 나면서 변함이 없다고 했다
그렇게 만든 보석함을 얻은 이래 정경부인 부럽지않았는데
불빛 밝은 밤에 그 빛 더욱 찬연하여 규방 규수 마음이다
수백편의 시를 썼건만 한지 보석함의 고전미를
따를 말이 없어라
색의 조화로 본 품격이 그러하고 무늬의 배치가
멋스러우면서 아름다웁다
뚜껑을 여니 함성이 터져나오는 밝은 색상을
지긋이 누르며 청회색 도형이 가운데 앉았다
날개를 아우르는 생물도 같고 금관을 본 뜬 무생물도 같고
하여튼 고귀한 그 무엇이다
실낱같은 두께의 삼색띠를 가장자리에 두르자니
그 손이 얼마나 떨렸을까!
선이 선을 안고돌아 어느 빛깔이 근본인지 또한
풍각쟁이인지 알수없는 기하학적 무늬가
네개의 방위를 지켜있고
모서리 마다 그 일각이 내려앉았으니
눈 뿌리인들 오죽 아팠으랴?
고맙단 말 하지못하고
늙은 몸에 무리하면서
아직도 취미 살리고 솜씨 다스리긴가? 나무랐었지
친구여,
참마음은 언제나 보석함처럼 속을 보이지 않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