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술 같은 해에 취해
헐떡거리는 게
집 찾아
먼 길 달려온 짐승 같다
절을 찾아가다니!
나도 누구에게 길들여졌나 보다
그늘 찾아 들어선 곳이
천년도 더 묵었다는
은행나무다
제 무게 못 이겨
휘청, 쓰러진 큰 가지가
땅을 파고 들어가
옥잠화 한 가지
손에 들고 두둥실 떠올라
주인 찾아가는 길이다
천길 절벽 같은 세상에 걸린
나무다리 하나만 건너면
금을 캐서 세웠다는
보석사(寶石寺)다
보석이라니!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보아도
내가 훔쳐 갈 것은
겹처마 맞배지붕의 대웅전 뒤로
여인네 젖가슴의 담벼락과
옛기와의 마음뿐이다
분명 꽃 한 송이 보았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무릎 꿇고 삼배 드리니
부서진 비석 아래
칠백이나 묻혔다는 무덤 앞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