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근 밥상 받은 한 생을
바퀴도 없이 굴러가다 보니
불 지른 화전이나
인적 끊긴 산간 같아
남은 삶을 어디 가서
너와 집을 이루어
등 기댈까 하다가
삼척 도계의 너와집이 좋겠다
아니 내가 당신 온다는 소식에
두 팔 벌린 너와집으로
산 아래까지 마중나와 있을게
사무쳤던 마음에 소나무 붉어
잘 드는 톱으로 밑둥 베어내니
정情을 떼어내려고 하는지
팔 다리가 쑤시다
몸통에 쇄기를 박고
도끼로 세게 내려치니
불시에 날이 어두워진다
먹장 구름 몰려 온다고
세상 밖으로
후드득 새들이 날아간다
잘라낸 널, 능에로
어서 지붕 얹어야 되겠다
너와집에 둥지로 깃들고 있었더니
내 날개가 부러진 것을
여즉 모르고 있었네
그저 나무의 한 결이 되어
눈비 맞으며 한참 누워 있었으니
가까운 시절에
온 몸에 푸른 잎 돋아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