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28일 화요일

또 다른 나


좁디좁은 막다른 골목길
불빛마저 상실되어
벽과 어둠의 벽 사이에 갇혀
저항조차 하지 못한 채
홀로 서 있다.

불행인지, 다행스러운 일인지
막다른 골목에 바람은 부는구나
흐느적거리며 불어오는 바람
소주냄새 풀풀 풍기며
나와 정사를 나누자고
볼과 귓불을 곰살궂게 애무하며
거듭 조르고 있다.

이토록 잔인하게
어두컴컴한 곳이 또 있으랴
나뒹구는 낙엽조차 한 잎 없구나
막다른 골목길에서 빠져나가려고
아무리 아등바등 발버둥쳐도
나를 잡아줄
유정이란 것은 전혀 없어
포기한 채 그 자리에 서서
질긴 바람의 유혹만을
어설픈 표정으로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