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16일 일요일

겨울나무/권 영분

수많은 사랑을 떨궈내고
빈 몸뚱이로 곧게 서서
투명한 햇살 받아
또 다른 모습 나타낸다.

잎새 다 떨구지 못한 마른 가지는
바람이 불적마다 흔들리는
몸짓만으로 아름다운 듯

새소리 아득히 멀어져가고
골짜기 흐르는 작은 물소리에도
익는 겨울나무
바람 다녀간 자리 눈이 내리고
겨울비 쓸쓸하다

나무는 하얀 꿈을 엮으며
다음날을 기약한다.

- 권영분 시집 -
(그리움 하나 강물에 띄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