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 단상
-淸夏 김철기-
시월 들자 익어간다
들로 내려서면 붉게 물들어
주렁주렁 열매로 이름 단다
갈 바람은
이랑 이랑 햇빛을 갈라치고
알알이 통통하게 채워져
고개 숙여 황금 길 열어 보인다
거기에 옷자락 나뭇끼며
허수아비
빈 하늘에 부려진
꺽정이처럼 울부짖겠다
뒷산 딱따구리는
혼자 날아
따다닥 따다닥
구멍 파는 일밖에 모르겠지만
그래도 우린
이 가을을 한껏 가슴으로 맞댈 수 있어
새 숨결 열린 가을에는
훈김에 체온은 따스함이 깃든다
淸夏 김철기 사랑시詩選集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