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28일 금요일

사랑의 기도

사랑의 기도(祈禱)



당신과 사랑에 빠질 때 펼치는 성경은

깨알같은 글씨들이 모두 사랑으로 다가오더이다

말씀은 모두 나를 위해 쓰여졌고

나는 당신이 기다리던 주님이 되더이다
내게 입맞추기를 원하니

네 사랑이 포도주보다 나음이로구나

네 기쁨이 향기로와 아름답고

네 이름이 쏟은 향 기름 같으므로

처녀들이 너를 사랑하는구나


당신이 떠나면서 남기신 한 마디 한 마디는

모두 내 머리에 씌우는 가시관 되고

십가가에 박히는 못이 되더이다

나는 하나님께 자비를 구하는

불쌍한 사랑의 패배자로 남더이다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만일 할만 하시거든

이 잔을 내게서 지나가게 하옵소서
그래도 끝내 주님 닮진 못 하더이다
그러나 나의 원대로 마옵시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
차마 내 입에서 이 말 떨어지지 않더이다
당신을 처음 보던 날

내 눈에는 당신의 씨앗이 뿌려졌습니다

당신을 만날 때마다 씨앗은 싹을 티우고

당신의 사랑 고백에

꽃 몽우리는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당신은 나의 누이고

당신은 나의 천사였습니다
내 당신을 처음 만나던 날

당신 가슴에 내 믿음을 안겨드렸습니다

다가가는 한 걸음 한 걸음에

당신께 안긴 내 믿음은 뿌리내리고

내 사랑 고백은

불꽃으로 세례하는 성령(聖靈)되어 돌아왔습니다

당신은 나를 인도하는 내 주(主)이고

당신은 나를 감싸는 성모(聖母)가 되었습니다
당신이 떠나고 난 후 나는

내 사랑만을 위해 신을 만들었던 잘못을 깨달았습니다

깨달은 지금도 아직

내 만든 신에게 당신에 대한 기도를 올리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하나님 당신에게는

사랑으로 내 허다한 죄까지 덮어주시도록 간구하고 있습니다


(후기)

Jorge Luis Borges는
나와 같이 자신만을 위해 신을 만드는 사람을 비꼬아서
『사랑에 빠지는 것은
오류에 빠지기 쉬운 신을 갖는 종교를
창조하는 것이다』
(To fall in love is to create a religion
that has a fallible god.)
라는 말을 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나와 같은 사람을 용서하리라 믿습니다.
하늘을 두고도 맹세하지 말라는 말씀에도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날마다
사랑의 맹세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사랑의 맹세를 찾아내 벌하기에는
인간들이란 너무나 약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사랑은 허다한 죄를 덮느니라』라는 말은
베드로 전서 4 :8 에 나오는 말입니다만 영문으로는
『Charity shall cover the multitude of sins.』로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죄를 덮는 것은 세속적으로 말하는 『사랑』이라기보다는
죄를 감싸주는 종교적 의미의 『자비심』이 되겠지요.
그러나 사람들은 항상 자기에게 유리하도록 말을 쓰고자 합니다.
그래 감히 여기서 다시 한 번 비틀어
『사랑』이라는 말을 써보았습니다.
연약한 『사랑의 패배자』의 넋두리라 보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