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22일 토요일

잔잔한 함성이 모여드는 텅 빈 골짜기

욕망의 시어들 다 버린
텅 빈 골짜기 마른 나뭇가지 근처에는
잔잔한 함성이 모여든다
어디서 불어오는 것일까
저 아득한 날의 만세소리처럼
이 산 저 산 옮겨 붙던 횃불의 내음이
눈으로 귀로 천천히 전해지면서
가슴은 훈훈한 잔정에 덥혀진다
쌓인 낙엽을 태우던 최근의 소리와
기억의 꽃잎을 다시 밝히던 촛불과
망설임과 설레임과 뒤척임과 마주침과
속삭임과 어긋남과 돌아섬과
모두 거짓이었다고 허투르게 뱉는 한숨과
모두 진정이었다고 울부짖는 때늦은 고백과
그러한 잊을 수 없는 사연들 속에서
사각사각 소리를 내면서도
저절로 일어나는 부드러운 위안과
우리들 가슴 텅 빈 골짜기
있어도 좋을 얇은 층들을 지으며
노란 햇살 엷은 빛조각을 흔들어대며
잔잔한 함성으로 모여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