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11일 화요일

한 밤에 깨 볶는다는 것은

그제는 함박눈이 오더니
오늘 나온 보름달님 얼굴이
뽀시시한 것이 눈송인지 달덩인지
구분조차 할 수 없는 밤

뜬금없이 참깨를 볶고싶어
시커먼 양철 펜에 탈그락 탈그락,
사방으로 깨알이 뛰어나가고
뜨거워진 내 심장도 통통 튄다

첫눈 오시는 날 밤
교통사고로 주저앉은 남편은
오늘밤도 오시지를 아니하여
깨알처럼 뛰는 가슴 거머쥐고 보니

예전에 고소하던 깨 볶는 향기는
오간 데를 모르겠고
사방으로 달아났던 깨알들만
온 부엌바닥에 나자빠져있다

한 밤중에 깨를 볶는다는 것은
깨알보다 작은 마음 다스리기 보다
더 힘든다는 것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