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26일 수요일

비에게 가서 말하라

너의 시작은 무엇이며
너의 끝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
비에게 가서 말하라
죽은 것을 흔들어 깨우는 것과
살아있는 것을 가볍게 꺾어
잠재우는 까닭을
왜 너의 이름을 부를 수 없는지
왜 너는 나의 세상을 안개로 가려
이렇게 앞도 안보이게 만드는 것인지
비, 나에게 말하라 말하라

비에게 가서 말하라
아니 비, 나에게 말해다오
왜, 저 빗줄기 하나로
하늘과 땅을 손닿게 하는 것이지
왜, 저 빗방울 하나로
빛과 어둠을 구별할 수 없게 하는 것인지
숲을 나무를 뿌리를
한 손으로 들어 올려서
강을 물을 한 손으로 눌러
깊이 가라앉혀서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비, 나에게 말해다오 말해다오

젖어 흐르는 저 눈빛들
너의 어디로 가서
너의 무엇이 되려고 그러는 것인지
세상의 풍경, 소리 다 지워버리고
왜, 너의 고운 노래와
너의 고운 입술만 남게 하려는 것인지
비에게 가서 말하라
왜 나는 나를 벗어던지고
너에게 달려들고 싶은 것인지
왜, 나는 너의 몸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것인지
나에게 말해다오 비 내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