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는
내가 물푸레나무의 힘을
어떤 이는
내가 장미꽃의 향기를
어떤 이는 내가
복수초의 마음을 표절했다고
하지만 고백하건대 내가
베껴 쓴 것은 그것뿐만이 아니다
엊그제에는 부처의 가르침도
예수의 말씀도 공자의 설교도
잊어바리지 않게 표절했다
그것뿐이랴, 통렬하게 반성하건대
몇 글자만 고치고
그 무엇보다도 완벽하게
나의 아버지의 아버지로부터
나의 어머니의 어머니로부터
통째로 옮겨 쓴 것이
나의 生이다
그러니 나는 머리끝에서부터
발끝까지 표절이다
때때로 내몸에서 풀이나 꽃이나
나무의 냄새가 날 것이다
혹은 오래된 사원의
삐걱거리는 소리도 날 것이다
표절이 들통이 나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