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28일 금요일

롯데월드에서, 길동이는

점점이 휘익 뿌려진 별가루,
밀키웨이 은하열차를 타고 어디까지 갈 것인가
잠실의 홍길동은 숙향의 집을 방문한다
숙향은 아이를 셋 가진 부인,
아이들의 웃음꽃이 늘 피어나는 그 곳이 좋아
수를 놓으며 미소짓는 숙향의 얼굴을 보기 위해
꽃사탕봉지를 잔뜩 안고
´딩동´ 그녀의 집 현관종을 울린다
숲 속의 궁전, 보물선, 헨델과 그레델이,
갖가지 놀이기구가 휘황찬란한 롯데월드,
이 곳에서 아이들은 길동에게 인사하자마자
다시 미끄럼틀로 달려가는 데
바지엉덩이에 빵꾸 나는지도 모르고
콧등에 땀방울 배도록 씩씩거리는 숨소리,
지칠 줄 모르는 숨찬 오르내림이다
저기 저 아홉개 달린 그네에도
이미 동네꼬마들이 줄을 섰구나
´오빠,오빠,쟤가 새치기해. 말려주어´
´그래.콩쥐 네차례지,..´
작은 엉덩이를 살짝 들어올려주면
콩쥐는 그때서야 기쁜듯이 보조개를 펴고
어쩌면 너의 기쁨이, 나의 기쁨이 되어,
오늘의 즐거움은 어제의 즐거움에 배가한다
스포츠를 좋아하는 눈에는 불꽃이 튄다
오락을 좋아하는 정신에는 눈이 내린다
빛과 그림자가, 소리와 메아리가
숲 속 여기 저기 맨발로 뛰쳐나온 소망이
어떤 것의 영향을 받아 그렇게 되었는 지
그 시초와 끝을 알지못한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백두산 뻗어내려 반도 삼천리´를 부르며
´기차길옆 오막살이 아기 아기 잘도 잔다´´
´간다 간다 나는 간다´를 부르며
손을 높이 올려세우고 기차놀이를 하는 아이들,
그 속으로 기차는 잘도 빠져나간다
다음에는 유령섬으로 가는 배, 선착장입니다
등골이 오싹오싹하는 것을 좋아하는
길동은 앞장 서서 아이들을 불러모은다
갈매기들이 조가처럼 울부짖는 곳,
해골 깃발이 펄럭이는 곳을 좋아하는
그 애를 따라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다른 사람의 동조와 묵인,들뜬 표정을 믿고
숙향이도, 콩쥐,팥쥐도, 따라나선다
말없이 앞뒷 사람 손을 잡고 걸어간다
맨처음 서로 경계하고 의심하던 눈빛이
어느 결에 스르르 풀린다
잡은 너의 손을 타고 전해지는 따뜻한 피,
스치는 너의 뺨을 타고 전해지는 흥분의 물결,
조그만 스킨쉽에도 쉽게 황홀해지는 우리들은
흰 옷입은 민족성을 외치는 한 마음 물결에 따라
우리의 생명선, 백두대간, 굵은 손금을 따라
제대로 달려가는 놀이에 그렇게 몰두하다 보면
하루해가 다해, 집으로 돌아갈 길을 잃는다
천지가 다 내 집인데 만취한 사람처럼
큰 대자로 뻗어 숲 속 그늘
흐르는 물가에서 자려하는 길동,
누군가 그를 업어 성밖 큰 댁으로 모셔간다
오늘 내가 이렇게 즐거웠으니
내일 어찌 다시 희망이 솟지 않으리
길동이 대길몽을 만난듯 취중에 혼자 지껄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