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7일 금요일

색(色)에 대해서

그토록 찬란하게
세상에 빛을 던져주었던
봄, 당신의 색色
한 순간 바라보기라도 한다면
눈 멀게 했던
여름, 당신의 색色
온갖 빛깔로
나의 몸을 꿰뚫고
나의 뇌를 투과하여
희거나 검은 색色만 남겨 놓고
사라져 가는 가을
당신의 색色
그 모든 색色을 잃어 버려야
색맹色盲의 겨울인 내가
온전하게 살 수 있는 것이다
면벽으로 눈을 감고
그 모든 색色을 부숴버려야
무색無色의 겨울인 내가
비로소 죽을 수 있는 것이다
나를 통과하지 못하게
당신, 총천연색의 몸을 지우고
당신, 이상야릇한 색깔의 뇌를 지우고
색色이 필요 없으니
마지막으로 내 눈마저 지워야겠지
이 세상에서 처음 보았던
당신이 가진 그 하나의
황홀한 원색原色만 보겠다고
세상의 나머지는
상喪을 당해
희거나 검은 색色의 옷을 입은
들판의 새처럼 거리의 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