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6일 목요일

척추를 다쳤다

머리 숙여 본 적 없이
뻣뻣하게 고개 쳐들고 다니다가
북풍 찬서리 맞았다고 하고
폭설 맞은 나뭇가지처럼
가지 많은 목뼈가 뚝, 부러졌다고 하고
신경질 내며 신경이 달아나
어깨 아래로는
아무런 육감도 느낄 수가 없다고
바람 많이 맞았으니
말을 할 때마다
목구멍에서 창호지 떨리는 소리가 난다
사계절 꽃무늬 천장만 바라보며
봄이 과연 있을까 없을까 하니
들녘 같은 등짝이 진흙으로 다 곯았다고
일년 열두달 앉아서
백지 같은 문만 바라보다가
달 궁둥이 같은 흰 백치가 되었다고
두 다리로 버티고 서서
지상에서 한 걸음 벗어나는 것이
무덤 파헤치는 일 같다고
그러니까 여태까지 신경 끊고
몸 밖으로 나와 떠돌며 살았으니
나도 모르게 누군가
내속의 심장이라는 폐라는 뇌라는
곱디 고운 여인네들과
은밀하게 내통한 것이 틀림없는 게다
그러니까 내가 자물쇄 채워서
삶과 면벽하는 동안에
내가 사랑하는 것들이 돌아앉은 게다
마음의 척추를 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