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8일 토요일

어느덧 봄이 -최하림-

어느덧 봄이 온다
베란다 철쭉엔 연지처럼
봉오리가 오르고 따스운 별들이
고물고물 모여 하루를 보낸다

유리창 밖에서는 치운 바람이
고개를 들고 넘어오려고 하지만
꽃나무들은 별로 개의치 않는다
개의치 않는 곳에 평화가 있다
나는 평화 속에서 창밖을 본다

먼 나무들이 넘실거리고
집 나간 식구들은 오지 않고
길들이 들판으로 뻗어나가 시간을
기다린다 길 위에서 농부들이 구루마를
끌고 별일도 없이 가고 있다 사람들은
언제나 가고 있다 그리고
날이 저물고 봄도 간다